나태주 부모노릇, 기다리고 참으며 져준다는 말의 뜻

아이 숙제보다 제 잔소리가 먼저 끝나야 했습니다. 나태주 부모노릇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책상 앞에서 기다리지 못하던 제 모습입니다. 아이를 돕겠다고 옆에 앉았는데, 어느새 제 속도대로 문제를 풀게 하고 있었습니다.

부모 마음은 대체로 비슷할 겁니다. 아이가 덜 고생했으면 하고, 같은 실수는 피했으면 합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 입 밖으로 나올 때는 걱정보다 재촉에 가까워집니다.

저도 말하고 나서 후회하는 쪽에 꽤 익숙합니다. 이 시는 아이를 키우며 해야 할 일에 기다림과 인내, 양보가 남아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 대목을 읽으며 아이에게 더 해줄 일을 찾기 전에, 제가 끼어드는 순간부터 살펴보게 됐습니다.

다만 감동한 마음만으로 다음 대화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기다리고 어떤 상황에서는 나서야 하는지, 아이와 읽을 때 무슨 말을 건네면 좋을지까지 생활 속 장면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읽기 안내 시에서 마음에 걸린 표현을 따라가며 아이와 부딪히는 순간에 바꿔볼 말과 행동을 살펴봅니다. 함께 읽다가 생기는 궁금증은 뒤에서 이어 답합니다.

나태주 ‘부모 노릇’, 짧은 시가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

검색할 때는 나태주 부모노릇으로 붙여 쓰기도 하지만, 작품을 이야기할 때는 제목을 ‘부모 노릇’으로 적겠습니다. 이 글에서 읽는 작품은 ‘풀꽃’으로 알려진 시인이자 교육자 나태주의 시입니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의 저자 소개에는 나태주가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고,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나옵니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저자 소개

시에서 부모는 아이를 낳고 기르며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그 뒤에도 할 일이 남습니다. 저는 이 흐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부모가 해준 것을 세어보는 순간에도 관계는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뜻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져주기”라는 표현이 오래 남습니다. 아이가 성장하면 부모의 일이 줄어들 것 같지만, 직접 해주는 일을 줄인 자리에는 마음을 조절하는 일이 생긴다고 느낍니다.

어릴 때는 신발을 신겨주면 외출 준비가 끝났습니다. 혼자 신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방향을 바꿔 신어도 다시 해볼 시간을 주어야 하고, 서툰 손을 보면서도 곧바로 대신하지 않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저는 시의 앞부분과 뒷부분에서 부모가 사용하는 힘이 달라진다고 읽었습니다. 챙기고 알려주는 힘에 더해, 아이가 해볼 자리를 남겨두는 힘도 필요하다는 감상입니다. 이것을 시인의 유일한 정답 해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 시를 읽고 부모인 자신을 혼내기부터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낳고 기르고 가르치는 일이 가볍다는 뜻으로 읽히지는 않습니다. 이미 해온 돌봄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관계를 이어갈 태도를 돌아보면 충분합니다.

기다려주기, 숙제 앞에서 부모가 먼저 손을 거두는 연습

제게 기다림이 가장 어려운 장소는 아이 책상 옆입니다. 아이가 문제를 읽다가 멈추면 저는 그 침묵을 오래 견디지 못합니다. 설명을 시작하고 풀이 순서를 알려준 뒤, 답을 말하지 않았으니 도와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멈춘 이유는 매번 다릅니다. 문제 속 낱말을 몰랐을 수도 있고, 풀 방법을 고르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속상했던 일이 생각나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날도 있습니다.

멈췄다는 사실만 보고 게으르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설명하기 전에 어디에서 막혔는지 묻는 쪽으로 바꿔봅니다. 문제를 이해했는지, 방법을 떠올리는 중인지부터 듣습니다.

대답을 들으면 제가 도와야 할 부분도 훨씬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보겠다고 하면 제 손부터 문제집에서 뗍니다. 옆에서 손가락으로 다음 줄을 짚고 있으면 말없이 재촉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다린다는 말을 했어도 몸은 여전히 아이를 밀어붙이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비우는 것으로 끝내지는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라고 말하고, 어디까지 해본 뒤 함께 볼지 정합니다.

아이에게 맡긴 부분과 부모가 도울 부분을 서로 알고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아이가 틀린 답을 적었을 때도 바로 지우개를 건네기 전에 생각한 과정을 듣습니다. 계산 실수인지 문제를 다르게 이해한 것인지 알아야 다음 설명도 맞아집니다.

정답만 고치면 아이가 어디에서 어려웠는지는 그대로 남습니다. 저는 기다려준 날에도 속으로는 조급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제 초조함을 아이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외출 시간이 촉박한 날이라면 남은 준비를 함께 조절하고, 여유가 있는 날에는 아이가 해볼 몫을 조금 더 남깁니다.

순서대로 보기
기다림의 순서
1멈춤을 살핀다
문제를 읽다 멈춘 이유를 판단하지 않는다
▼
2먼저 묻는다
문제 이해나 풀이 방법을 묻고 듣는다
▼
3손을 거둔다
아이가 해보겠다면 문제집에서 손을 뗀다
▼
4함께 정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 부를 시점과 맡을 부분을 정한다
상황 조절
외출 시간이 촉박하면 남은 준비를 함께 조절한다

참아주기, 화를 숨겨 쌓기 전에 말을 잠깐 늦추는 일

저는 예전에는 참는 부모를 화가 나도 아무 말 하지 않는 부모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입을 다문 채 표정을 굳히고 있으면 아이도 집 안 분위기를 살핍니다. 대화는 멈췄는데 불편함은 더 커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 시에서 가져온 참음은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 버티라는 주문보다, 감정이 곧바로 말과 행동이 되지 않게 하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화가 났다는 사실과 아이를 몰아붙여도 된다는 판단은 따로 살펴야 합니다. 아이가 대꾸하면 저는 말투부터 지적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 이야기하던 준비물이나 숙제는 사라지고, 누가 먼저 잘못 말했는지를 놓고 다툽니다. 해결할 문제가 늘어나는 쪽으로 대화를 끌고 간 셈입니다. 그럴 때는 지금 화가 나서 목소리가 커질 것 같으니 잠시 뒤에 이야기하겠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다시 대화하는 일입니다. 돌아올 약속 없이 자리를 피하면 아이에게는 이야기를 거절당한 경험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다시 앉았을 때는 행동을 좁혀 말합니다.

아이가 원래 무책임하다고 평가하기보다, 준비물을 챙기기로 했는데 빠져서 내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상황부터 이야기합니다. 바꿀 행동이 보여야 아이도 대답할 자리가 생깁니다. 제 말이 지나쳤다면 사과도 구체적으로 합니다.

걱정해서 그랬다는 설명부터 붙이면 아이가 제 걱정까지 이해해야 대화가 끝납니다. 목소리를 높인 행동은 제 책임이라고 먼저 인정하고, 준비물 문제는 그다음에 다룹니다. 아이가 바로 웃거나 먼저 안기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 반응까지 재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과했으니 이제 기분을 풀라는 요구를 덧붙이면, 제 마음이 편해지는 일까지 아이에게 맡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핵심 정리
아이의 선택을 인정하며 부모의 기준 지키기
01옷은 날씨에 맞는 범위에서 아이가 고르게 합니다.
02숙제 순서는 아이가 정하고, 마쳐야 할 기준은 함께 지킵니다.
03목소리를 높였다면 걱정부터 설명하지 말고 먼저 구체적으로 사과합니다.
04사과 뒤 아이의 반응까지 재촉하지 않습니다.

져주기, 아이의 선택을 인정하면서 지킬 기준도 남기기

‘부모 노릇’을 읽으며 가장 오래 생각한 표현은 져주기입니다. 아이 말대로 다 해주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생활 속 문제가 복잡합니다. 저는 부모의 의견이 늘 마지막 결정이 되어야 한다는 고집을 내려놓는 쪽으로 읽습니다.

예를 들어 날씨에 맞는 옷 가운데 무엇을 입을지는 아이가 고르게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색과 아이가 좋아하는 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설득을 이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외출 준비라는 목적을 이미 함께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숙제를 국어부터 할지 수학부터 할지도 비슷합니다. 해야 할 일을 마치는 기준은 두되 순서를 아이가 정하도록 해봅니다. 부모의 방식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고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생각보다 눈앞에 자주 생깁니다.

반면 친구를 때리거나 위험한 물건을 휘두르는 상황에서는 먼저 멈추게 합니다. 화난 이유를 듣는 일과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행동을 제한하는 일은 함께 필요합니다. 감정을 인정한다고 모든 행동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설명할 때도 기준을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지금 고를 수 있는 것은 활동 순서이고, 다른 사람의 몸을 다치게 하는 행동은 멈춰야 한다고 구분합니다. 부모 기분에 따라 허용 범위가 바뀌지 않도록 저부터 살펴야 합니다.

저는 아이가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원래 가능했던 선택까지 취소한 적이 있습니다. 돌아보면 약속을 지키게 하려는 마음에 제 자존심이 섞여 있었습니다. 대화에서 져주기 어려운 날에는 제가 무엇을 지키려는지도 확인합니다.

생활 장면 아이에게 맡길 부분 부모가 함께 지킬 기준
외출 준비 날씨에 맞는 옷 중 선택 날씨와 활동에 필요한 준비
숙제 시작 과목 순서와 도움 요청 해야 할 일 확인과 약속 조정
놀이 중 다툼 속상한 이유 설명 때리기와 물건 던지기 중단
방 정리 물건을 둘 자리 제안 다니는 길과 위험한 물건 정리

이 구분은 제가 생활에 적용하려고 정리한 예시입니다. 가정마다 필요한 약속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가 선택할 영역을 말해놓고 실제로는 부모가 원하는 답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핵심 정리
아이 나이에 맞춰 감상 대화 시작하기
018-10살은 작품 해석보다 생활 장면부터 묻기
02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싶었던 때를 떠올리기
03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그림으로 나타내기
04부모가 너무 빨리 도왔던 장면과 듣고 싶었던 말을 그려보기

연령별로 다르게 읽는 나태주 부모노릇 감상 활동

이 활동의 연령 구분은 제가 권하는 대화 방식이며 작품의 공식 권장 연령은 아닙니다. 같은 나이라도 글 읽기와 감정 표현에 익숙한 정도가 다릅니다. 나이보다 아이가 부담 없이 자기 말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핍니다.

8-10살 아이와는 어려운 해석보다 생활 장면부터 연결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싶었던 때를 떠올리게 하면 됩니다. 신발 끈을 묶을 때나 만들기를 끝내기 전처럼 눈에 보이는 상황이 대화를 시작하기에 편합니다.

말로 길게 설명하기 어려워하면 그림으로 표현하게 해도 됩니다. 부모가 너무 빨리 도와줬던 장면을 그리고, 그때 듣고 싶었던 말을 붙여봅니다. 그림을 잘 그렸는지 평가하는 순간 활동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니 주의합니다.

11-13살 아이에게는 기다림과 방치의 차이를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합니다. 혼자 해볼 시간을 주면서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경우와, 힘들다고 말해도 관심을 주지 않는 경우를 비교하면 자기 생각을 설명하기가 수월합니다. 이때 아이가 부모의 행동을 비판해도 곧바로 해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한 까닭을 들은 뒤 제가 다르게 기억하는 부분을 말합니다. 시를 읽자고 해놓고 부모가 억울함을 푸는 시간이 되면 다음 대화가 어려워집니다. 14-16살이라면 부모의 걱정과 자녀의 결정권이 부딪히는 상황을 다뤄볼 만합니다.

공부 순서, 친구와 보내는 시간, 취미 선택 가운데 무엇을 함께 정하고 무엇을 본인이 결정하고 싶은지 이야기해봅니다. 사춘기 아이가 시를 읽고 별말을 하지 않아도 감동하지 않았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부모와 마주 앉아 감상을 발표하는 일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읽을지 말지, 말로 할지 메모로 남길지 선택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부모도 같은 질문에 답하면 대화가 덜 일방적으로 흐릅니다.

저는 아이를 기다리기 어려웠던 순간과 바꾸고 싶은 행동을 먼저 적습니다. 아이만 반성문을 쓰고 저는 검사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준비물보다 중요한 것은 활동 뒤에 바꾸는 부모의 말

제가 권하는 방식은 집에 있는 종이와 연필을 이용한 대화 메모입니다. 별도 제품이나 유료 서비스를 구매하는 활동이 아니므로 구매처와 상품 가격을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준비부터 거창해지면 저는 또 시작을 미루게 됩니다.

메모에는 부모에게 바라는 말과 아이에게 바라는 말을 각각 적습니다. 잘해라, 착하게 지내라 같은 표현이 나오면 어떤 장면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다시 써봅니다. 서로의 부탁이 실제 행동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빨리하라는 말을 줄여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 준비가 늦어질 때 무엇부터 하면 좋을지 묻는 말로 바꿔봅니다. 부모도 외출 준비가 끝났는지 미리 알려달라고 요청합니다. 한쪽만 바뀌어야 하는 약속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직접 해보니 아이는 시 해석을 듣는 시간보다 제 말에 자기 의견을 붙일 수 있을 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기다림이 좋다는 설명에는 고개만 끄덕이다가도, 언제 제가 끼어들었는지를 물으면 생활 속 장면을 꺼내놓았습니다. 아이 반응이 반가워서 저는 또 설명을 길게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말한 내용을 정리해 돌려주고, 제가 바꿔볼 행동을 고르는 데서 멈췄습니다. 대화가 잘된 것 같다는 제 만족 때문에 아이를 오래 붙잡지 않으려 했습니다. 사용 패턴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감상을 쓰는 방식보다,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메모를 다시 보는 쪽이 저희에게 맞았습니다.

숙제 앞에서 재촉하려다가 아이가 적은 부탁을 보고 말을 고치는 식입니다. 활동 후기로 남길 만한 변화는 아이가 즉시 말을 잘 듣게 됐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설명하기 전에 묻는 장면이 생겼고, 아이는 도움을 원하는 부분을 말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정도 변화부터 확인하려고 합니다. 교육적 효과도 거창하게 약속하지 않습니다. 시 속 표현과 생활을 연결하고, 자기 경험을 말하며, 상대의 부탁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연습이라는 정도가 알맞습니다.

성적이나 성격의 변화를 이 활동만의 결과로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부모 편의성도 괜찮습니다.

종이와 연필이라 세척할 준비물이 없고, 사용한 메모는 공책에 붙여 보관하면 됩니다. 내구성이 필요한 교구도 아니어서 종이가 구겨지면 필요한 문장만 다시 옮겨 적습니다.

아이의 안전과 부모의 감정을 함께 지키며 읽기

해석 주의 기다림과 양보를 위험한 행동의 방치나 부모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말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부모 노릇’을 아이에게 읽어주며 부모가 얼마나 희생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용하면 아이는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죄책감부터 느끼도록 요구받습니다. 저는 제 행동을 돌아볼 문장으로 먼저 읽습니다.

아이 역시 이 시를 근거로 부모가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양보할 부분을 함께 찾되, 가족의 생활과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지키는 약속도 설명합니다. 시 한 편이 가정의 모든 기준을 대신 결정해주지는 않습니다.

부모가 너무 지쳐 있다면 활동을 쉬어도 됩니다. 대화를 이어갈 여유가 없는데 좋은 부모 역할까지 해내려 하면 목소리부터 날카로워지기 쉽습니다. 쉬고 나서 이야기하자는 약속을 지키는 편이 제게는 더 현실적입니다.

준비물의 안전성도 실제 사용하는 물건에 맞춰 봅니다. 이 활동에는 인증이나 소재가 정해진 전용 교구가 없습니다. 연필 끝과 종이 모서리를 장난에 사용하지 않도록 살피고, 장식을 위해 칼이나 뜨거운 도구를 꺼낼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 메모나 활동 사진을 공유할 때는 이름, 학교, 얼굴이 드러나는지 확인합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부모에게만 말한 속상함을 공개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을 잘 쓰는 일보다 아이가 다음에도 편하게 말할 관계를 지키고 싶습니다.

시를 다시 읽으며 감상과 생활의 차이도 살펴봅니다

생활 속 실천을 생각한 뒤에는 시 자체로 다시 돌아옵니다. 저는 같은 표현도 처음 읽을 때와 다르게 들렸습니다.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아는 것과, 실제로 아이의 대답을 기다려본 뒤 그 말을 읽는 것은 제게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아이에게도 마음에 남는 말이 바뀌었는지 물어볼 만합니다. 처음에는 부모가 져준다는 부분이 좋았다가, 나중에는 기다려준다는 부분을 고를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감상을 계속 유지해야 잘 읽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감상을 나눌 때는 어느 표현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도 들어봅니다. 슬펐다거나 좋았다는 대답에서 멈추지 않고, 떠오른 장면과 작품 속 말을 연결하는 연습입니다. 부모가 기대한 교훈을 맞히는 문제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아이와 제가 다른 표현을 골랐다면 그 차이도 이야기할 거리가 됩니다. 저는 가르치는 부모 입장에서 읽고, 아이는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싶었던 순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같은 작품을 읽어도 각자 서 있는 자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화를 마칠 때 서로의 답을 하나로 합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어떤 말에 머물렀는지 기억해두고, 다음 생활 장면에서 그 이유를 조금 더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시를 읽은 흔적은 공책 밖에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태주 부모노릇을 읽을 때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 노릇’은 어떤 뜻으로 읽으면 좋을까요?

A.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는 일에 더해, 성장하는 아이를 기다리고 부모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를 돌아보는 시로 읽었습니다. 이는 제 감상이며 다른 장면을 떠올리며 읽어도 좋습니다.

Q. 아이에게 져주면 생활 습관이 흐트러지지 않을까요?

A. 아이의 취향과 선택을 인정할 부분, 안전과 공동생활을 위해 지킬 기준을 구분하면 좋겠습니다. 옷 색깔은 고르게 하되 위험한 행동은 멈추게 하는 식으로, 허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Q. 초등학생도 함께 읽기 좋은가요?

A. 부모와 아이가 생활 경험을 나누는 방식으로 읽기를 추천합니다. 어린 아이에게는 기다려줬으면 했던 순간을 묻고, 익숙해지면 왜 그렇게 느꼈는지 이어 듣습니다. 감상을 길게 쓰는 것을 읽기의 조건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Q. 아이가 시를 읽기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읽기를 미루거나 부모가 먼저 혼자 읽어도 됩니다. 아이에게 참여를 강요하면서 기다림을 설명하면 말과 행동이 어긋납니다. 나중에 아이가 편한 시간과 방식으로 다시 제안하는 편을 권합니다.

Q. 시를 필사하면 더 도움이 되나요?

A. 손으로 옮겨 쓰는 활동을 좋아한다면 선택할 만합니다. 다만 글씨를 예쁘게 쓰는 데 지쳐 감상을 나누기 어려워지면 부담을 줄입니다. 저는 마음에 남은 표현을 고르고 자기 말로 이유를 덧붙이는 쪽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Q. ‘부모 노릇’이 실린 책은 무엇인가요?

A. 수록 시집은 교보문고나 출판사 안내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책을 찾을 때는 시집 제목과 수록 작품을 함께 살피면 됩니다. 교보문고 수록 목차와 출판사 소개

다 읽고 나서, 아이를 바꾸기 전에 제가 고칠 말

나태주 부모노릇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 활동으로 추천합니다. 다만 아이를 설득할 좋은 문장을 찾는 목적이라면 저는 먼저 혼자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제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아이가 배울 교훈보다 제가 고칠 말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아이도 긴 해설보다 자기 말을 끝까지 들어줄 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를 읽은 뒤 아이에게 감동했는지 묻기보다, 제가 바꾸기로 한 말을 실제 상황에서 고쳤는지 살펴봅니다. 저는 앞으로도 피곤한 날에는 재촉하고, 설명을 앞세운 뒤 아차 싶을 겁니다.

제 의지만 믿고 기다리겠다고 다짐하면 잊기 쉬워서, 아이가 적은 부탁을 공책 앞에 붙여두었습니다. 잘 보이는 자리에 두는 정도는 게으른 저도 해볼 만합니다. 다음에 아이가 문제집 앞에서 멈추면 답부터 알려주기 전에 어디에서 막혔는지 묻겠습니다.

대답이 끝날 때까지 손도 잠깐 거두겠습니다. 이번에는 그 장면에서 제가 먼저 달라지는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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